“분명히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그 치아가 또 아파요.” 이런 분들이 저를 찾아오십니다. 대개는 짧게 아픈 게 아니라,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참아오신 분들이에요. 진통제로 버티다가, 한 곳에서 “이제 빼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오십니다.
그 마음을 알기에 저는 늘 같은 말씀부터 드립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가 다시 아프다고 해서 곧바로 빼야 하는 건 아니거든요. 많은 경우, 다시 아픈 ‘원인’을 정확히 찾아 한 번 더 치료하면 그 치아를 살릴 수 있습니다. 그게 재신경치료입니다.
저는 치아를 끝까지 살려보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의 가능성이 있는지 누구보다 꼼꼼히 들여다봅니다. 다만 동시에, 살릴 수 없는 치아를 붙잡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도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경치료한 치아가 왜 다시 아플까요
신경치료는 치아 속의 가느다란 신경관을 정리하고, 그 빈 공간을 빈틈없이 채워 넣는 치료입니다. 말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이 신경관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관이 여러 갈래로 휘어 있고,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곁가지가 숨어 있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뿌리의 개수와 모양도 제각각이고요.
그래서 처음 치료에서 이 미세한 부분이 미처 다 정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아 있던 작은 공간에 세균이 자리를 잡으면, 한동안 잠잠하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염증과 통증으로 돌아옵니다. 또 치아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금이 가 있거나, 오래된 보철물(크라운) 틈으로 세균이 다시 스며든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환자분들께 꼭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다시 아프다는 건 ‘치료 실패’가 아니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원인이 남아 있다’는 신호라고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내면, 닫혔던 길이 다시 열립니다.
다시 아픈 치아, 이렇게 다시 들여다봅니다
재신경치료는 기존에 채워 둔 재료와 그 위에 씌운 보철물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신경관을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고, 충분히 소독한 뒤 새로 빈틈없이 채웁니다. 처음 신경치료보다 더 섬세하고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에요. 이미 한 번 손을 댄 치아라 구조가 약해져 있고, 지난번에 놓친 미세한 관까지 찾아내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현미경과 CT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CT로는 뿌리의 입체적인 모양과 염증이 번진 범위를 미리 파악하고, 현미경으로는 맨눈에 보이지 않던 곁가지나 치아의 금을 직접 확인합니다. 재신경치료의 성패는 사실 ‘왜 다시 아픈지’ 그 원인을 찾아내는 데서 거의 갈립니다. 원인을 정확히 짚지 못한 채 다시 채우기만 하면, 얼마 못 가 또 아파지거든요.
한 번 재치료를 한 뒤에도 통증의 원인이 남아 있다면, 재재신경치료까지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끈질겨 보일 수 있지만, 살릴 가능성이 있는 치아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치아 하나를 지키는 일이니까요.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모습
몇 년째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어 오신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아픈 쪽이 신경 쓰여 무의식적으로 반대쪽만 쓰다 보니, 정작 멀쩡하던 반대쪽 치아와 턱 근육까지 무리가 가 있는 경우죠. 그렇게 “그냥 참고 살았다”는 분들을 보면, 통증 자체보다 그 오랜 불편이 더 안타깝습니다.
또 “다른 곳에서 빼고 임플란트 하자고 했는데,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라며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물론 정말 빼야 하는 치아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다시 들여다봤을 때 살릴 여지가 보이는 경우도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저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 치아의 뿌리와 염증을 먼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는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다만 저는 ‘무조건 살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뿌리가 세로로 길게 갈라진 경우(수직 치근 파절)나, 오랜 염증으로 뿌리 끝을 받치던 뼈가 많이 녹은 경우는 재신경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뿌리 끝의 염증을 외과적으로 정리하는 치근단수술을 고려하기도 하고, 그것조차 어려운 상태라면 발치 후 임플란트가 더 나은 길이 되기도 합니다.
어려운 건 어렵다고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것 — 그게 결국 환자분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살릴 수 있다면 끝까지 방법을 찾고, 살릴 수 없다면 헛된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도록 솔직하게 알려드리는 것. 저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지키려고 합니다.
치아 하나를 끝까지 살리려는 이유
아무리 좋은 임플란트라도, 잇몸 속 인대로 미세한 감각을 느끼며 씹는 내 치아의 그 느낌까지 똑같이 돌려주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치아 하나를 빼면 그 자리를 메우는 동안 양옆 치아와 맞물리는 치아에도 영향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그 하나를 지키는 것이 입안 전체를 오래 건강하게 지키는 일과 이어져 있습니다.
다시 아픈 건 실패가 아니라, 놓친 원인이 남아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원인을 찾으면 한 번 더 길이 열립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이제 빼야 한다”는 말을 들으셨더라도, 그 치아의 원인을 한 번 더 들여다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CT와 현미경으로 정확히 확인하고, 살릴 수 있는지부터 정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결정은 그다음에 함께 내리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