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몸이 내려앉아서 이가 길어 보이고, 찬물만 마셔도 시큰합니다. 이거 다시 올라오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 번 내려간 잇몸이 저절로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더 내려가는 것은 대부분 멈출 수 있고, 시린 증상은 상당 부분 조절할 수 있으며, 조건이 맞는 자리는 수술로 덮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올라오느냐’보다 ‘왜 내려갔느냐’입니다.
왜 시릴까요 — 잇몸이 아니라 뿌리가 드러난 것입니다
치아에서 잇몸 위로 보이는 부분은 법랑질이라는 단단한 겉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잇몸이 내려가면 그 아래, 원래 잇몸 속에 있어야 할 뿌리 표면이 드러납니다. 이 부위는 법랑질이 없고 신경으로 이어지는 미세한 통로가 노출되어 있어서, 찬물이나 칫솔이 닿는 것만으로도 시큰한 자극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그러니 시린 증상은 잇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드러나선 안 될 면이 드러나서 생기는 것입니다. 시린 것만 잡는 치약을 오래 쓰시는 분들이 많은데, 원인이 그대로면 노출 범위는 계속 넓어집니다.
잇몸이 내려가는 이유는 크게 셋입니다
첫째, 칫솔질입니다. 옆으로 강하게 문지르는 습관, 딱딱한 칫솔모, 과도한 힘이 오래 쌓이면 잇몸이 밀려 내려가고 치아 목 부분이 쐐기 모양으로 파입니다. 이 경우는 대개 특정 치아, 특히 송곳니와 작은어금니 바깥면에 몰려 나타납니다. 잇몸에 염증이 없고 색도 분홍빛으로 건강한데 유독 그 자리만 내려가 있다면 힘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치주염입니다. 염증으로 잇몸뼈가 녹으면 그 위에 얹혀 있던 잇몸도 따라 내려갑니다. 이때는 시린 것뿐 아니라 양치할 때 피가 나고, 잇몸이 붉게 부어 있거나 눌렀을 때 통증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아 사이의 삼각형 잇몸이 사라져 음식이 끼기 시작하는 것도 이쪽 신호입니다.
셋째, 힘입니다. 이갈이나 이악물기, 특정 치아에 씹는 힘이 몰리는 교합은 잇몸과 뼈 모두에 부담을 줍니다. 여기에 원래 잇몸과 뼈가 얇게 타고난 분이라면 같은 힘에도 더 쉽게 내려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구분 | 같이 나타나는 신호 | 접근 방향 |
|---|---|---|
칫솔질·힘에 의한 퇴축 | 출혈 없음, 잇몸색 정상, 치아 목 부분이 파임 | 칫솔질 교정, 교합 조정, 마모 부위 충전 |
치주염에 의한 퇴축 | 출혈·부기·구취, 치아 사이가 벌어짐 | 잇몸치료로 염증 제거가 먼저 |
얇은 잇몸에 힘이 겹친 경우 | 특정 부위만 빠르게 진행 | 원인 제거 후 잇몸이식 검토 |
다시 덮을 수 있는 잇몸, 어려운 잇몸
가장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기준은 단순합니다. 치아 사이의 잇몸뼈가 남아 있느냐입니다.
칫솔질이나 힘 때문에 한두 개 치아의 바깥면만 내려갔고 치아 사이 뼈는 멀쩡한 경우라면, 잇몸이식(결합조직이식)으로 드러난 뿌리를 덮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치주염으로 치아 사이 뼈까지 녹아 잇몸의 삼각형이 무너진 상태라면, 덮을 토대 자체가 없어 원래 높이까지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자리는 완전한 회복보다 진행을 멈추고 지금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됩니다.
잇몸 치료의 목표는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것입니다. 멈추고 나서야 덮을지 말지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시린 증상은 이 순서로 잡습니다
저는 대개 가벼운 단계부터 순서대로 접근합니다. 원인이 되는 칫솔질 습관과 교합을 먼저 바로잡고, 지각과민 처치제로 노출된 통로를 막아 봅니다. 치아 목 부분이 파여 있다면 그 부위를 메워주는 것만으로도 시린 증상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까지 해도 불편이 남거나 노출이 계속 진행된다면 그때 잇몸이식을 검토합니다.
순서를 건너뛰고 바로 수술부터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덮으면 다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연치아를 최대한 오래 쓰시게 하는 쪽을 늘 먼저 봅니다.
교정 중에 잇몸이 내려갔다면
교정 치료 중 잇몸이 내려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아가 원래 뼈가 있던 범위를 넘어 이동하면 얇은 바깥쪽 뼈와 잇몸이 함께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교정을 담당한 선생님과 함께 이동 범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하고, 필요하면 교정 중이나 종료 후에 잇몸을 보강하는 처치를 함께 계획합니다. 방치한 채 교정만 계속 진행하면 노출이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잇몸이 내려가고 이가 시리기 시작했다면, 시린 치약을 바꾸기 전에 어떤 이유로 내려갔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원인이 칫솔질인지 염증인지 힘인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완전히 달라지고, 그 판단이 빠를수록 덮을 수 있는 선택지가 남아 있습니다.
※ 이 글은 잇몸 퇴축과 시린 증상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 원인과 치료 방법, 잇몸이식 가능 여부는 잇몸뼈 상태와 교합, 전신 건강에 따라 환자분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판단은 대면 진료와 검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