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정 상담을 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조심스럽게 꺼내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는 이 안 뽑고 하고 싶어요.” 멀쩡한 치아를, 그것도 여러 개를 빼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라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 역시 그 마음을 잘 압니다. 그래서 오늘은 발치교정과 비발치교정이 각각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오래 연구해 온 MCPP라는 방법이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차분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원에서 서울나란이교정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치과교정과 전문의 강주만입니다. 저는 치아를 얼굴 전체의 조화 속에서 바라보는 교정을 지향하는데, ‘뺄 것이냐 말 것이냐’ 역시 단순히 개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얼굴과 입매에 무엇이 더 맞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발치교정은 왜 하는 걸까요
먼저 오해를 하나 풀고 싶습니다. 발치교정은 ‘나쁜 교정’이 아닙니다. 삐뚤삐뚤한 치아나 덧니를 가지런히 배열할 공간이 많이 부족할 때, 또는 돌출입을 개선할 때는 작은어금니를 두세 개 빼서 공간을 만들고 앞니를 뒤로 당겨 정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앞니와 어금니의 맞물림을 정확히 맞출 수 있고, 심미성뿐 아니라 씹는 기능까지 함께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널리, 그리고 합당하게 쓰이는 방법이죠.
다만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드물게 치아 뿌리가 짧아지는 치근흡수 같은 변화가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건강한 치아를 빼야 한다는 심리적 무게가 큽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생각합니다. 만약 치아를 빼지 않고도 비슷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면, 환자분의 만족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비발치는 늘 가능한가요
여기서 솔직해야 합니다. 비발치교정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배열할 공간이 크게 부족하거나 돌출 정도가 심하면, 발치를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분명히 있습니다. 무리해서 비발치를 고집하면 오히려 앞니가 앞으로 뻐드러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고요.
진짜 판단이 필요한 지점은 발치와 비발치의 ‘경계선’에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께는 치아 사이를 아주 미세하게 다듬는 치간삭제, 좁은 치열궁을 넓히는 악궁확장, 그리고 어금니를 뒤로 이동시키는 방법 등을 조합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어금니를 뒤로 미는 일’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데 있습니다.

MCPP는 어떤 장치인가요
MCPP(Modified C-Palatal Plate)는 서울성모병원 치과교정과 국윤아 교수팀이 개발한 교정 방법으로, 특수하게 고안된 골격성 고정장치를 입천장에 고정해 어금니와 전체 치열을 뒤쪽(후방)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방법은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가 미국교정학회지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리며 교정계에서 꾸준히 주목받아 왔습니다.
비발치로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숙제가 바로 ‘어금니를 얼마나, 어떻게 뒤로 보내느냐’입니다. 잘못하면 어금니가 충분히 이동하지 못하거나 뒤로 쓰러지듯 기울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거든요. MCPP는 입천장의 단단한 뼈를 지지점으로 삼아, 치아의 뿌리부터 머리까지 전체를 비교적 수평으로 밀어주는 데 목적을 둔 장치입니다. 그래서 돌출입처럼 앞니를 뒤로 들여야 하는 경우에 활용도가 높습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입니다
제가 이 장치를 특별히 오래 들여다본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MCPP 장치의 힘이 치아에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유한요소분석(구조물에 걸리는 힘을 공학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으로 연구해 치의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얻은 결론은, 장치 자체보다 그것을 쓰는 전략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MCPP라도 힘의 방향과 크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앞니가 뻐드러지지 않도록, 어금니가 쓰러지지 않도록, 공간을 어디서 얼마나 확보할지를 미리 치밀하게 계획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MCPP를 쓰면 무조건 비발치가 됩니다”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그분의 골격과 치열, 얼굴 균형을 함께 보고 발치가 나은지 비발치가 나은지부터 정직하게 판단합니다.
어떤 선택이 나에게 맞을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발치교정과 비발치교정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적합함’의 문제입니다. 공간이 크게 부족하거나 돌출이 심하면 발치가 더 나은 답일 수 있고, 경계선에 있는 경우라면 MCPP를 비롯한 방법으로 치아를 지키면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내 상태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고, 그건 정밀한 진단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치아를 빼야 한다는 말에 지레 겁먹거나, 반대로 무조건 비발치만 고집하기보다 — 내 얼굴과 치열에 무엇이 가장 자연스러운 결과를 만드는지를 함께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개개인의 조건에 따라 방법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니, 판단은 진단 후에 함께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