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니 하나 빼는 데 왜 이렇게 겁을 주나요."
진료실에서 가끔 듣는 말입니다. 저도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이가 하나 빠지는 일인데 CT를 찍자고 하고, 신경 이야기가 나오고, 동의서까지 받으니 일이 커지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런데 저는 매복 사랑니 발치를 '발치'보다 '수술'에 가까운 일로 봅니다. 잇몸을 열고, 뼈를 다듬고, 때로는 치아를 나누어 꺼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바로 옆을 지나는 신경을 건드리면 아랫입술과 턱 끝의 감각이 둔해질 수 있고, 위쪽이라면 상악동이 뚫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왜 매복 사랑니는 사람을 가려서 맡겨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꼭 대학병원을 의미하지는 않는지.
매복 사랑니가 어려운 진짜 이유
사랑니는 가장 안쪽에, 가장 늦게 나옵니다. 자리가 부족하면 똑바로 나오지 못하고 잇몸이나 뼈 속에 묻힌 채로 남습니다. 이것이 매복입니다.
매복의 형태
부분 매복은 일부만 잇몸 밖으로 나온 상태입니다. 음식물과 세균이 끼기 쉬워 반복적으로 붓고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 매복은 잇몸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고 뼈 속에 완전히 묻혀 있는 경우고요. 수평 매복은 옆으로 누워 자란 경우인데, 앞 어금니의 뿌리 쪽을 밀고 있는 형태가 많아 그 치아까지 손상시키기 전에 정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무엇 옆에 있느냐'
여기까지는 모양 이야기입니다. 난이도를 결정하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아래턱 사랑니는 하치조신경과 가깝습니다. 이 신경은 아래턱뼈 속을 지나 아랫입술과 턱 끝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사랑니 뿌리가 이 신경관에 닿아 있거나 감싸고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발치 과정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자극되면 아랫입술이 얼얼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지만, 회복에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드물게 남기도 합니다.
위턱 사랑니는 상악동과 가깝습니다. 상악동은 광대뼈 안쪽의 빈 공간인데, 이 바닥과 사랑니 뿌리 사이의 뼈가 얇으면 발치 과정에서 뚫릴 수 있습니다. 뚫린 통로가 자연히 닫히지 않으면 추가 처치가 필요합니다.
즉 매복 사랑니 발치는 "어떻게 뺄까"보다 "무엇을 피해서 뺄까"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파노라마만으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파노라마 사진은 3차원 구조를 한 장에 눌러 담은 평면 이미지입니다. 그래서 사랑니 뿌리와 신경관이 겹쳐 보여도, 그것이 실제로 닿아 있는 것인지 앞뒤로 떨어져 있는데 겹쳐 보이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저희가 3D CT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CT에서는 신경관이 뿌리의 어느 쪽으로 지나가는지, 사이에 뼈가 남아 있는지, 뿌리가 몇 개이고 어떤 방향으로 휘어 있는지가 입체로 보입니다.
이것을 확인하고 나면 계획이 달라집니다. 어느 방향으로 접근할지, 치아를 몇 조각으로 나눌지, 뼈를 어디까지 다듬을지가 미리 정해집니다. 수술 시간이 짧아지고 조직 손상이 줄어드는 것은 그 결과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를 미리 알아보는 것이 이 진료의 핵심입니다. 어렵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해서 중간에 알게 되는 상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는 무엇이 다른가
치과의사 면허를 받은 뒤, 병원에서 인턴 1년과 레지던트 3년의 수련을 마치고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전문의 자격이 나옵니다. 구강악안면외과는 그 수련 과정 자체가 입 안과 턱, 얼굴 부위의 수술을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 다루는 것은 사랑니만이 아닙니다. 턱뼈 골절, 낭종과 종양, 턱교정수술, 안면외상, 심한 염증과 농양 — 이런 상황을 병원에서 직접 겪습니다. 그래서 "이건 어렵겠다", "이건 지금 손대면 안 되겠다"를 판단하는 감각이 훈련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차이는 술기 그 자체보다 이 판단에 있습니다. 사랑니를 빼는 손동작은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안전한 범위이고 어디부터가 넘어가는 선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 상황을 겪어본 경험에서 나옵니다.
저는 경희대학교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를 거쳐 임상교수로 진료하며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 개원가에서 사랑니를 볼 때도 그때의 기준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학병원에 가야 할까
여기서 많은 분들이 "그럼 대학병원이 제일 안전하겠네"로 넘어가십니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대학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따로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대학병원 의뢰를 권하는 경우
전신 상태에 대한 관리가 함께 필요한 경우입니다. 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를 드시는 분, 혈당 조절이 어려운 당뇨, 심장질환, 투석 중이신 경우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발치 자체보다 출혈·감염 관리와 내과적 조율이 더 중요해집니다.
골흡수억제제를 장기간 사용 중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골다공증 약이나 일부 항암 치료제가 여기 해당하는데, 턱뼈 치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별도의 판단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 — 여러 개를 한 번에 정리해야 하는데 국소마취로는 협조가 어려운 경우, 치과 공포가 매우 심한 경우, 협조가 어려운 발달장애가 있는 경우입니다.
낭종이나 종양이 함께 의심되는 경우, 매복 위치가 특별히 깊거나 턱뼈 골절 위험이 있는 경우, 입원 관찰이 필요할 만큼 염증이 퍼진 경우도 대학병원이 맞습니다.
개원가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충분한 경우
반대로 전신질환이 없거나 잘 조절되고 있고, CT로 신경관·상악동과의 관계를 확인해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매복 사랑니라면, 굳이 대학병원까지 가실 이유가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매복 사랑니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히려 개원가 쪽이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대학병원은 초진 예약부터 수술 날짜까지 대기가 길고, 진료 때마다 담당 의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치 후 붓거나 불편할 때 바로 들러 확인받기도 쉽지 않고요. 한 사람이 진단부터 발치, 이후 경과까지 이어서 보는 것은 이런 수술에서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대학병원이냐 개원가냐"가 아니라,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가 보느냐"가 먼저입니다. 그다음에 전신 상태와 난이도에 따라 어디가 맞는지가 정해집니다.
그리고, 안 빼도 되는 사랑니도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겠습니다. 사랑니라고 무조건 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똑바로 나와서 위아래가 잘 맞물리고, 칫솔이 닿아 관리가 되고 있으며, 주변에 염증이 없다면 그대로 두고 지켜보는 편이 낫습니다. 완전히 뼈 속에 묻혀 있으면서 주변에 아무 변화가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지켜보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저희가 불필요한 발치는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뜻입니다. 뺄 이유가 분명한 사랑니와, 지켜봐도 되는 사랑니를 나누는 것도 진단의 일부입니다.
반대로 미루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반복적으로 붓고 아픈 경우, 앞 어금니에 충치를 만들고 있거나 뿌리를 밀고 있는 경우, 주변 뼈가 녹고 있는 경우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뿌리가 완성되고 뼈가 단단해져 발치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으니, 뺄 이유가 있다면 미루실 이유는 없습니다.
매복 사랑니는 이를 빼는 일이 아니라, 신경과 상악동을 피해 가는 일입니다. 그 길을 미리 아는 사람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사랑니 때문에 병원을 알아보고 계시다면, 병원의 규모보다 누가 보느냐, 그리고 CT로 신경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느냐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 두 가지가 갖춰져 있다면 대부분의 매복 사랑니는 안전하게 정리됩니다. 그리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라면, 저는 주저 없이 대학병원을 권해 드립니다. 그 판단까지가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