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양압기를 받긴 했는데, 서랍에 넣어뒀어요."
처음 몇 주는 애써 써보셨다고 합니다. 그러다 마스크 자국이 신경 쓰이고, 바람이 세서 잠이 깨고, 입이 말라 자다 일어나게 되고, 여행 갈 때 들고 가기가 번거로워 어느 순간부터 안 쓰게 되셨다고요. 그러면서 꼭 덧붙이십니다. "제가 의지가 약한 거겠죠."
아닙니다. 양압기를 끝까지 쓰지 못하는 분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치료가 몸에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치료 방법을 설명한 것으로, 적용 여부와 효과는 수면검사 결과와 구강·턱관절 상태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치료 전에는 반드시 수면무호흡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양압기는 왜 중간에 포기하게 될까요
양압기는 코와 입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 잠자는 동안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의 표준 치료로 꼽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효과가 분명하고, 중증일수록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효과'와 '계속 쓸 수 있느냐'가 다른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중간에 그만두시는 이유는 대개 이렇습니다.
마스크가 얼굴에 닿는 느낌이 불편하고, 압력이 높아 숨을 내쉬기 답답하고, 입이나 코가 마르고, 장비 소리나 기계 자체가 부담스럽고, 함께 자는 분이 불편해하고, 출장이나 여행 때 챙기기 번거롭습니다.
아무리 좋은 치료라도 쓰지 않으면 효과는 0입니다. 그래서 저는 "양압기를 못 쓰시겠다"는 말을 실패로 듣지 않습니다. 다음 선택지를 찾아야 하는 시점으로 봅니다.
구강내장치는 어떻게 작용하나요
치과에서 만드는 수면 구강내장치는 아래턱을 조금 앞으로 내민 상태로 잠자는 동안 유지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위아래 치아에 끼우는 마우스피스 형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오면 턱에 붙어 있는 혀와 주변 연조직도 함께 앞으로 따라옵니다. 그만큼 목 안쪽 공간이 넓어지고, 잠들어 근육이 늘어졌을 때 기도가 막히는 정도가 줄어듭니다. 코골이 소리가 줄어드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좁은 통로로 공기가 지나며 주변 조직을 떨게 만드는 것이 코골이이기 때문입니다.

구강내장치 착용 시 기도 변화 모식도
양압기처럼 기계가 필요하지 않고, 전원도 소음도 없습니다. 작아서 출장이나 여행에도 가져가기 쉽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점 때문에 선호하십니다.
다만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구강내장치는 양압기를 모든 경우에 대체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중증일수록 양압기의 효과를 따라가기 어렵고, 어떤 분에게는 증상이 충분히 줄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좋은 치료인가'가 아니라 '이 분에게 어느 쪽이 맞는가'를 봅니다.
어떤 경우에 맞고, 어떤 경우에는 신중해야 할까요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
코골이가 주된 문제이거나 수면검사에서 경도~중등도 범위로 나온 경우, 양압기를 처방받았지만 적응하지 못해 사용을 중단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원하지 않거나 어려운 경우, 출장·여행이 잦아 장비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경우
남아 있는 치아가 적거나 잇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장치를 걸 지지대가 부족합니다. 턱관절 통증이나 개구 제한이 진행 중이라면 아래턱을 앞으로 유지하는 힘이 부담이 될 수 있어, 턱관절 상태를 먼저 다루고 시작합니다. 중증 수면무호흡이면서 양압기를 쓸 수 있는 경우라면 양압기가 우선입니다.
이 구분은 입 안만 봐서는 되지 않습니다. 수면검사 결과와 치아·잇몸·턱관절 상태를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치료는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첫째, 진단이 먼저입니다. 코골이가 단순 코골이인지 수면무호흡을 동반한 것인지는 소리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수면다원검사로 자는 동안 호흡이 얼마나 멈추는지, 산소포화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와 진단은 수면 관련 진료과에서 이루어지며, 저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장치 치료가 적합한지를 판단합니다.
둘째, 구강 상태를 확인합니다. 치아와 잇몸이 장치를 지탱할 수 있는지, 턱관절에 문제가 없는지를 봅니다.
셋째, 장치를 제작하고 조금씩 조정합니다. 이 단계가 핵심입니다. 아래턱을 처음부터 많이 내밀면 턱이 아프고, 적게 내밀면 효과가 부족합니다. 불편하지 않은 범위에서 조금씩 전진량을 늘려가며 증상이 줄어드는 지점을 찾습니다. 몇 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넷째, 효과를 확인합니다. 장치를 낀 상태로 수면검사를 다시 해 실제로 호흡이 개선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코골이 소리가 줄었다는 것만으로 무호흡이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정기적으로 점검합니다. 이유는 아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작용은 없나요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사용 초기에는 침이 많이 고이거나 입이 마르고, 아침에 턱이 뻐근하거나 치아가 조금 들뜬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적응하면서 줄어듭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래 쓰면서 생길 수 있는 교합 변화입니다. 매일 밤 아래턱을 앞으로 유지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며 위아래 치아가 물리는 관계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개 서서히 일어나고 본인은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장치를 만든 뒤 끝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교합과 턱관절을 확인하는 과정이 치료의 일부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처음 상담에서 반드시 말씀드립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밤에만 일어나는 일처럼 보이지만, 낮의 집중력과 혈압, 그리고 장기적인 건강에까지 이어지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치료가 몸에 맞지 않아 서랍에 들어가 있다면 그 치료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입니다.
저는 구강내과 전문의로 턱관절과 구강 통증을 보면서 수면 치의학을 함께 공부해 왔습니다. 왕십리에서 진료하며 코골이로 오신 분께 가장 먼저 여쭤보는 것도 같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치료를 해보셨고, 왜 그만두게 되셨나요." 거기서부터 답이 나옵니다.
양압기를 포기하셨다면, 포기한 채로 두지 마시고 다음 선택지가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