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COLUMN.
턱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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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차신경통일까, 치통일까 — 세수할 때 얼굴에 전기가 오른다면

진료실에 이런 말씀으로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세수하다가 얼굴에 전기가 오르듯 찌릿했어요. 양치할 때도 그렇고요."
"치과에서 신경치료까지 받았는데 통증이 그대로예요."

두 문장은 전혀 다른 상태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삼차신경통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치아에 원인이 남아 있는 치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을 거꾸로 판단하면, 받지 않아도 될 치료를 받거나 받아야 할 치료를 놓칩니다.

제가 구강내과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루는 영역이 이 구분입니다.

※ 이 글은 얼굴 통증을 구분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진단과 치료 방향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통증이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삼차신경통은 어떤 통증인가요

삼차신경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입니다. 이마와 눈 주위, 광대와 위턱, 아래턱과 턱 주변으로 나뉘어 분포합니다. 그래서 이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치아 주변이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3차 신경통이라고도 씁니다.

삼차신경이 이마와 눈 주위, 광대와 위턱·윗니, 아래턱과 아랫니·턱 주변의 세 갈래로 나뉘어 분포하는 것을 얼굴 그림으로 나타낸 모식도

삼차신경의 세 갈래 분포 —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다른 갈래에 속합니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모양이 꽤 특징적입니다.

짧고 강렬합니다. 수초에서 길어야 1~2분 정도, 전기가 스치거나 칼로 긋는 듯한 느낌으로 옵니다. 하루 종일 은은하게 아픈 치통과는 결이 다릅니다.

건드리면 터집니다. 세수, 양치, 면도, 화장, 찬바람, 음식을 씹는 동작처럼 특정 자극이 방아쇠가 됩니다. 어떤 분은 아예 그쪽 얼굴을 안 씻게 되었다고 하십니다.

통증 사이에는 멀쩡합니다. 발작이 지나가면 아무렇지 않은 구간이 있습니다.

대개 한쪽입니다. 양쪽이 동시에 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치통과 삼차신경통을 가르는 네 가지

진료실에서 제가 묻는 순서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얼마나 오래 아픈가. 찌릿하고 끝나는지, 아니면 한참 욱신거리는지. 지속 시간이 가장 먼저 갈리는 지점입니다.

둘째, 무엇을 할 때 아픈가. 찬물을 마시거나 씹을 때 그 치아가 아프면 치아 쪽입니다. 반면 얼굴을 스치기만 해도, 말을 하기만 해도 터진다면 신경 쪽을 의심합니다.

셋째, 진통제에 반응하는가. 일반적인 진통제로 통증이 줄어든다면 치아나 주변 염증일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신경통은 진통제 반응이 애매하거나 거의 없습니다.

넷째, 안 아픈 시간이 있는가. 통증과 통증 사이에 완전히 멀쩡한 구간이 있다면 발작성 통증의 특징입니다.

여기에 영상 검사를 더합니다. 치아 쪽이 의심되면 방사선 사진으로 뿌리 끝 염증 여부를 확인합니다. 염증 소견이 보이면 그건 신경통이 아니라 치통입니다. 이때는 보존과 치료로 넘기는 것이 맞습니다.

아래 앞니 부위를 촬영한 방사선 사진으로, 치아 뿌리 끝 주변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진단 시점에 촬영한 아래 앞니 부위 방사선 사진

치과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아픈 경우

이 대목을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치과를 여러 곳 다니며 신경치료를 받고, 그래도 아파서 다시 치료하고, 결국 치아를 뽑고. 그런데도 그 자리가 계속 아픈 분들이 계십니다. 뽑은 자리는 잘 아물었는데 통증만 남은 경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증의 출처를 치아 바깥에서 찾아야 합니다. 삼차신경통일 수도 있고, 신경이 자극받은 뒤 통증 신호가 계속 남은 신경병증성 통증일 수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치아를 더 건드려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치아를 먼저 건드리면 안 되는가

통증이 치아 근처에서 느껴지니 치아를 치료하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신경치료와 발치가 되돌릴 수 없는 처치라는 점입니다.

원인이 신경 쪽에 있는데 치아를 치료하면 통증은 그대로 남고 치아만 잃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남았으니 그다음 치아를 의심하게 되고, 같은 일이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봅니다. 치아에서 원인이 확인되면 치료하고, 확인되지 않으면 치아를 건드리기 전에 다른 가능성을 먼저 검토한다.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삼차신경통, 어느 과로 가야 하나요

헷갈리실 만합니다. 치과, 구강내과, 신경과, 신경외과가 모두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치아에서 오는지 아닌지 가려내는 단계가 구강내과의 자리입니다. 치아·잇몸·턱관절·근육에서 오는 통증과 신경에서 오는 통증을 구분하고, 치과적 원인이 있으면 해당 과로 연결합니다.

약물 치료는 일반 진통제가 아니라 신경통에 쓰는 계열의 약을 사용합니다. 진단이 맞다면 상당수에서 통증이 조절되며, 약에 대한 반응 자체가 진단을 뒷받침하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복용 중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어 경과를 보며 조절합니다.

영상 검사로는 MRI를 고려합니다. 신경이 혈관에 눌리고 있는지, 다른 원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다른 신경 증상이 동반될 때는 신경외과를 포함한 상급 의료기관으로 의뢰합니다. 수술적 치료와 감마나이프 같은 방법이 논의되는 단계입니다. 그 판단까지가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차신경통과 혼동되는 다른 얼굴 통증

안면통증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자주 섞이는 것들을 짚어두겠습니다.

근막통증 — 씹는 근육이 뭉쳐 생기는 통증입니다. 묵직하고 넓게 퍼지며, 눌러보면 아픈 지점이 잡힙니다. 삼차신경통처럼 전기가 오지는 않습니다.

턱관절 질환 — 입을 벌릴 때 아프거나 소리가 나고, 턱을 쓸 때 증상이 생깁니다.

구강작열감증후군 — 혀나 입 안이 화끈거리는데 보이는 병변이 없는 경우입니다.

지속성 특발성 안면통 — 발작 없이 하루 종일 둔하게 이어지는 통증으로, 삼차신경통과 성격이 다릅니다.

턱관절 쪽이 의심되신다면 따로 정리해 둔 글이 있습니다. (관련 칼럼 → 혹시 턱관절염일까 — 놓치기 쉬운 증상들을 자세히 짚어봅니다)

얼굴 통증은 환자분이 가장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증상입니다. 어디가 아픈지 손가락으로 짚기 어렵고, 치과에 가면 이상이 없다고 하고, 신경과에 가면 치과를 가보라고 하는 일도 있습니다.

왕십리에서 구강내과 진료를 하며 제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이 지점에 있습니다. 통증의 출처를 가려내고, 필요 없는 치료를 막고, 필요한 곳으로 연결하는 것.

세수할 때 얼굴에 전기가 오르거나, 치과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통증이 남아 있다면, 치아를 한 번 더 치료하기 전에 통증 자체를 들여다보는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진료실 Q & A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삼차신경통인지 치통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통증의 길이와 방아쇠가 가장 큰 단서입니다. 수초간 전기가 스치듯 지나가고, 세수나 양치 같은 가벼운 자극으로 터지며, 통증 사이에 멀쩡한 구간이 있다면 삼차신경통 쪽을 의심합니다. 반대로 찬물이나 씹는 동작에 특정 치아가 반응하고 진통제로 가라앉는다면 치아 쪽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사선 사진으로 뿌리 끝 염증 여부를 확인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세수하거나 양치할 때만 얼굴이 찌릿한데 왜 그럴까요?
삼차신경통은 특정 부위를 자극할 때 통증이 유발되는 방아쇠 구역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수, 양치, 면도, 화장, 찬바람, 씹기 같은 일상 동작이 방아쇠가 됩니다. 일상 동작으로 반복해서 통증이 터진다면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과 치료를 다 받았는데도 그 자리가 계속 아픕니다.
치아에서 원인이 해결되었는데 통증이 남아 있다면, 통증의 출처를 치아 바깥에서 찾아야 합니다. 삼차신경통이나 신경병증성 통증처럼 치아를 더 치료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아를 추가로 치료하거나 뽑기 전에 안면통증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3차 신경통은 어느 과에서 진료하나요?
통증이 치아에서 오는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단계는 구강내과에서 담당합니다. 치과적 원인이 확인되면 해당 과로 연결하고, 신경통으로 판단되면 약물 치료와 영상 검사를 진행합니다. 약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다른 신경 증상이 함께 있다면 신경외과를 포함한 상급 의료기관으로 의뢰합니다.
삼차신경통도 MRI를 찍어야 하나요?
신경이 혈관에 눌리고 있는지, 다른 원인 질환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MRI를 고려합니다. 모든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며, 증상의 양상과 약물 반응, 나이와 동반 증상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약을 먹으면 낫나요?
신경통에 쓰는 계열의 약으로 통증이 조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반응과 적정 용량이 달라 경과를 보며 조절하고, 복용 중 확인해야 할 사항도 있습니다. 약으로 충분히 조절되지 않으면 다른 치료를 검토하게 됩니다. 경과와 결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More by 정구현

본 칼럼은 일반적인 구강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담당 치과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저자·병원 정보는 의료법 57조3항 면제 항목(명칭·소재지·전화·진료과목·면허)으로만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