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없이 주걱턱을 고칠 수 있나요?” 상담실에서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을 하시는 분들의 표정에는 대개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비수술로 해결됐으면 하는 기대요.
10년 넘게 이 질문에 답해오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분명합니다. 가능한 경우가 있고,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을 가르는 기준은 느낌이 아니라 ‘구조’와 ‘숫자’입니다. 저는 늘 그 두 가지를 먼저 봅니다.
같은 ‘주걱턱’이라도 원인은 다릅니다
주걱턱은 의학적으로 골격성 3급 부정교합이라고 부릅니다. 아래턱이 위턱보다 앞으로 나와 있는 상태인데, 겉모습은 비슷해도 원인은 셋으로 나뉩니다. 하악뼈 자체가 크게 자란 ‘진성 골격형’, 턱관절이나 치아 맞물림 때문에 아래턱이 앞으로 밀려 보이는 ‘기능성’, 그리고 단지 아랫니가 앞으로 기울어 반대로 물리는 ‘치성형’입니다.
이 셋은 같은 주걱턱이라도 접근이 완전히 다릅니다. 기능성과 치성은 교정만으로 충분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골격 차이가 뚜렷한 진성 골격형은 비수술의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수술 없이 된다”는 말이 의사마다 다르게 들리는 겁니다. 사실은 ‘어떤 주걱턱이냐’를 먼저 가려야 하는 거죠.
제가 가장 먼저 보는 숫자, ANB 각도
세팔로(측면 두부 방사선)를 분석하면 ANB라는 수치가 나옵니다. 위턱과 아래턱의 앞뒤 위치 차이를 나타내는 값인데, 저는 상담에서 이 숫자를 먼저 확인합니다. 대체로 ANB가 -4도 이내라면 치아 이동만으로 교합을 맞출 여지가 충분하고, -5도 이하로 골격 차이가 크면 치아만 움직여서는 한계가 분명해집니다.
다만 저는 이 숫자를 ‘절대 기준’으로 들이밀지는 않습니다. -3도에서 -5도 사이의 경계선 케이스는, 환자분이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거든요. 씹는 기능을 우선한다면 비수술로 충분한 분도, 얼굴 윤곽의 변화까지 원한다면 수술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숫자는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닙니다.
코티코토미 — 비수술의 범위를 한 뼘 넓히는 방법
제가 오래 연구해온 코티코토미(피질골절단술)는, 치아 주변 잇몸뼈에 작은 자극을 주어 치아가 움직이는 속도와 범위를 넓혀주는 술식입니다. 덕분에 예전 같으면 “수술이 필요하다”고 보던 일부 경계선 케이스를, 비수술 교정으로 마무리한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치료 기간도 짧아지고요.
물론 만능은 아닙니다. 골격 차이가 정말 큰 경우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하고, 효과는 환자의 뼈 상태와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가능성을 넓히는 도구’로 설명드리지, ‘무조건 비수술로 된다’는 약속으로 쓰지 않습니다.
비수술이 더 좋고 수술이 더 나쁜 게 아닙니다. 내 골격과 목표에 맞는 치료가 가장 좋은 치료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수술이냐 비수술이냐를 먼저 정하지 마시고, 세팔로 분석과 교합 진단으로 내 주걱턱이 어떤 유형인지, ANB가 몇 도인지부터 확인하시라고요. 한 곳의 진단에 좌절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골격 수치와 씹는 기능, 그리고 원하시는 결과를 함께 놓고 가장 합리적인 길을 찾는 것 — 그게 교정과 전문의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