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켜본 지 꽤 오래된 한 아이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처음 왔을 때 열 살 무렵이었던, 아래턱이 크게 앞으로 나온 전형적인 주걱턱 아이였어요. 소개로 찾아온 이 아이의 입안을 보고 저는 조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했거든요.
※ 아래는 한 아이의 실제 케이스를 보호자 동의 하에 정리한 것으로, 개인정보는 최소화했습니다. 같은 진단·치료가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으며, 성장기 교정의 결과는 아이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처음 본 상태 —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와 위아래 앞니가 반대로 물리는 것은 물론이고, 아랫니가 안쪽으로 심하게 쓰러져 있었습니다. 평균보다 20도 정도 더 눕혀져 있었는데, 이건 사실 몸이 스스로 주걱턱을 감추려 아랫니를 안으로 기울여 버틴 흔적이기도 합니다. 위아래 치아의 중심선도 어긋나 반 개 정도 한쪽으로 틀어져 있었고요.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어금니 맞물림이 너무 좋지 않아 씹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잘 못 먹고, 식사 시간이 유난히 길었던 아이였어요. 아이에게 잘 먹는 일은 그냥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의 즐거움이기도 한데, 그게 힘들다는 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1차 치료 —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성장기 주걱턱에는 얼굴에 씌우는 장치(페이스마스크)나 친캡을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 정서상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가 이런 장치를 꾸준히 쓰기는 쉽지 않고, 본인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협조가 안 되는 치료는 아무리 좋아도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에, 저는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래서 위턱은 좁아진 악궁을 넓혀주고, 아래는 치아 열 전체를 조금씩 뒤로 이동시키는 방향으로 약 1년 8개월을 치료했습니다. 아이도 잘 따라와 줬고, 무너져 있던 교합이 자리를 잡으면서 씹는 것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유전과 성장이라는 벽
교정으로 아무리 정성껏 만들어 놓아도,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골격의 힘을 완전히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이 아이가 최근 부쩍 크기 시작했어요. 키가 크는 만큼 턱뼈도 함께 자라는데, 매달 체크하며 보니 아래턱이 예전보다 다시 눈에 띄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1년 8개월을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결과가, 성장이라는 더 큰 힘 앞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이 한계를 어떻게 넘을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부모님을 모시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여기가 한계입니다. 많이 좋아진 건 분명하지만, 이 아이가 자라서 부모님이 원치 않으시는 양악수술까지 가지 않으려면, 지금 교정에 더해 외과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흔히 말하는 코티코토미를 병행한 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다음 단계 — 사랑니 자리를 이용하고, 뼈를 보강합니다
계획은 이렇습니다. 아직 씨앗 상태인 사랑니를 미리 정리하고, 그 공간을 이용해 아래 치열 전체를 최대한 뒤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아이는 아래턱 앞쪽(턱끝) 뼈가 워낙 얇아서, 치아를 뒤로 옮기는 과정에서 뼈가 버텨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술 쪽과 볼 쪽에 뼈를 보강하는 이식을 함께 계획했습니다. 코티코토미로 이동의 범위를 넓히면서, 그 이동을 뼈가 안전하게 받쳐주도록 하는 것이죠.
사실 어린 나이에 사랑니를 빼고, 코티코토미를 하고, 뼈 이식까지 한다는 말만으로도 겁을 먹는 아이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달랐습니다. 그동안 치료로 씹는 게 편해지고 먹기 힘들던 음식을 다시 먹게 되면서, 스스로 좋아진 걸 느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꼭 받아보겠다, 믿고 해보겠다”고 또렷하게 말하더군요. 치료를 오래 해온 저에게도 이런 아이의 의지는 늘 큰 힘이 됩니다.
솔직하게, 남은 이야기
다음에 오면 코티코토미를 병행한 본격적인 교정을 시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입안의 교합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저는 부모님과 아이에게 한 가지를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턱끝의 형태 자체는 교정치료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턱끝을 다듬는 작은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요.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되,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 것 — 그게 오래 아이를 봐야 하는 교정과 의사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정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직하게 나누는 것. 성장기 주걱턱에서는 이 구분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장기 주걱턱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함께 몇 년을 지켜보며 단계마다 판단해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그만큼 조기에 시작해 꾸준히 관리하는 것, 그리고 성장이라는 변수를 인정하고 그때그때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아이의 다음 여정도 곁에서 성실히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