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에서 저를 찾아오신 40대 후반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오래전부터 앞으로 튀어나온 앞니(흔히 ‘토끼이빨’이라고 부르는)가 마음에 걸리셨고, 씹을 때 교합이 잘 안 맞는 느낌이 있어 교정을 결심하신 분이었어요. 특히 “음식을 씹을 때 턱을 어디에 두고 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 말씀을 흘려듣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 진단의 실마리가 있었거든요.
이분은 이미 일본에서 세 군데를 상담받고 오셨습니다. 그중 두 곳에서는 발치 교정을 권유받으셨고,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 코티코토미(피질골절단술)를 하는 병원까지 찾아가 상담하셨는데 “2년 이상 걸린다”는 말을 듣고 결정을 미루셨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케이스를 통해, 같은 ‘토끼이빨’이라도 왜 답이 달라지는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 아래는 한 분의 실제 케이스를 환자 동의 하에 정리한 것으로, 개인정보는 최소화했습니다. 같은 진단·치료가 모든 분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결과는 개인의 골격·치아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봤습니다
세팔로(측면 두부 방사선) 분석을 해보니, 이분은 아래턱이 상당히 뒤쪽에 위치한, 흔히 말하는 ‘무턱 경향’의 환자분이었습니다. 앞니가 튀어나와 보이는 것도 사실은 앞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아래턱이 뒤로 물러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앞니가 도드라져 보이는 측면이 컸습니다. “턱을 어디에 두고 씹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말씀도, 아래턱의 안정된 위치가 잡혀 있지 않은 상태와 무관하지 않았고요.
여기서 중요한 판단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곳에서 권유받은 대로 발치 교정을 하면 앞니를 안으로 넣을 수는 있지만, 이분은 코가 높은 편이라 발치 후 입술까지 과도하게 안으로 들어갈 우려가 있었습니다. 코와 입술, 턱의 균형이 무너지면 앞니는 가지런해져도 옆모습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 케이스에서 발치가 최선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빼는 대신, 턱의 위치를 다시 잡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이랬습니다. 치아를 빼서 공간을 만드는 대신, 다이렉트 스플린트라는 장치로 뒤로 물러나 있던 아래턱을 앞쪽으로 유도하고, 그 새로 잡은 위치에서 치아를 배열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래턱이 제자리를 찾으면 교합도 안정되고, 무턱 경향으로 인한 옆모습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여지가 생깁니다. 발치로 앞니를 눕히는 것이 아니라, 골격의 위치 관계 자체를 다루는 접근이었던 셈입니다.
또 환자분이 치료 기간을 짧게 하길 강하게 원하셨기 때문에, 코티코토미를 병행하는 교정으로 시작했습니다. 코티코토미는 치아 주변 잇몸뼈에 미세한 자극을 주어 치아 이동을 돕는 보조 술식으로, 조건이 맞으면 이동 속도와 범위를 넓혀 전체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분의 골격과 목표에 이 방법이 맞는다고 판단해 계획에 포함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과
현재 치료를 시작한 지 약 9개월이 지난, 아직 중간 과정입니다. 그런데 환자분 스스로도 느끼실 만큼 옆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아래턱의 위치가 잡히면서 얼굴의 균형이 자리를 찾아가고 있고, 얼마 전 진료 때는 거울을 보시고는 “벌써 이렇게 변했냐”며 조금 놀라신 표정을 지으셨어요. 만족도가 높으신 만큼, 치료도 순조롭게 마무리 단계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이 환자분의 케이스입니다. 코티코토미를 병행해 이동이 수월했던 것도 골격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고, 다른 분이라면 같은 방법이 최선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결과를 ‘누구나 이렇게 된다’로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발치냐 비발치냐, 수술이냐 아니냐를 정하기 전에, 그 사람의 골격과 안모를 함께 보는 진단이 먼저라는 것 — 이 케이스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토끼이빨, 같은 무턱이라도 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앞니만 볼 게 아니라 턱의 위치와 얼굴의 균형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치료가 다 끝나면 초진부터 마무리까지의 자료를 정리해 다시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시 비슷한 고민 — 앞니가 튀어나와 보이고, 무턱 경향이 있으며, 발치 교정을 권유받으셨는데 망설이고 계신 분이라면, 발치 여부를 정하기 전에 골격과 안모를 함께 보는 진단을 한 번 더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